판다리아의 안개 음악: 오디오 디렉터 러셀 브라우어와의 인터뷰

블리자드 음악
June 5th 2:39am에 등록 게시자: Blizzard Entertainment

공식 커뮤니티 사이트의 블리자드 음악 페이지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판다리아의 안개 사운드트랙을 공개했습니다. 페이지를 방문하시면 각 작품의 작곡가의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고, 작품의 샘플을 청취할 수 있으며, 앨범 혹은 개별 작품을iTunes를 통해 구입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음악 페이지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오디오 디렉터 러셀 브라우어와 인터뷰도 진행하여 판다리아의 안개 사운드트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게임에 있어서 음악의 역할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내용 전체를 아래 공개합니다!

Q: 게임에서 음향과 음악의 역할은 항상 아주 분명합니다. 블리자드 게임에서도 역시 그렇죠. 플레이어 여러분께 팀의 업무에 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우리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은 게임 내에서 음향과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미 굉장히 잘 아실 겁니다.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우리 팀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빠진 블리자드 게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죠. 효과음과 음악이 게임을 즐기는 데 언제나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이 요소 없이 블리자드 게임이 출시되진 않을 겁니다. 블리자드만의 장엄한 게임 동영상이 빠진 채로 게임이 출시되지 않는 것과 같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각 위주의 사회입니다. 듣는 건 청력을 잃지 않는 한 당연하게 여기죠. 청각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가장 먼저 활성화된 감각 기관이며, 어떠한 일로 인해 들을 수 없게 되지 않고서는 남은 인생 동안 계속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제 절친한 친구인 마티 오도넬은 번지 스튜디오의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데, 그 친구 말로는 “귀는 깜박이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음향은 변형할 필요 없이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게임에서 나오는 음성은 번역되어야 하지만, 음향이나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국 공통이니까요.

또한 우리 팀은 사람들이 음향을 끄고 게임을 즐기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음성 대화를 하거나 완벽한 집중을 위해 음향을 절대 켜지 않고 게임을 즐기려는 하드코어급 플레이어들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저는 그게 우리가 지금도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게임에서는 계속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음향에만 계속 집중하게 하려는 시도 역시 어려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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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정 상황에서 규칙적으로 재생되는 음향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방해 받는 부분이 있나 보군요?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요?

A: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는 게임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음향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놀라지 않도록 음량을 조금 줄여야 했습니다. 헤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두 시간 동안 게임을 설치한 후 완료되면 “두둥!”하고 나오는 음향이 갑자기 나오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음향을 켜지 않고 게임을 설치하기 시작하더군요.

Q: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우리 게임을 설치할 때, 다른 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다가 설치가 끝났을 때 나오는 그 커다란 소리를 듣고는 “아이고, 망할 책장이 무너졌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A: 대격변에서는 4.3 버전 업데이트가 끝나면 뿔피리 소리가 났죠. 그 소린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정말 많은 분이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의 타이틀 화면에서 신드라고사가 계속해서 울부짖는 걸 듣기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격변이 업데이트되었을 때 빌드를 자세히 살펴보며 “아, 이번에도 또 용이 나오다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에게 그 용이 울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죠. 힘든 부분이었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조금 줄어든 게 보였습니다. 판다리아의 안개 로그인 화면에 대해선 좋은 댓글을 자주 봤습니다. 게임에 로그인하기 전에 계속 기다리며 배경 음악을 다 들었다고 트위터에서 제게 많이들 말씀해 주셨죠.

Q: 판다리아의 안개 사운드트랙에서는 어떤 악기를 사용하셨습니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다른 확장팩에서 듣던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것처럼 들렸습니다.

A: 기존에 사용하던 음향 구성을 바꾸기보다는 보강했습니다. 그건 제가 크리스 멧젠과 이야기하다가 떠오른 구상 덕분이었어요. 우리는 판다리아와 관련된 멋진 원화 작업물과 그 방향성을 함께 살펴보고 있었죠. 그리곤 멧젠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화에서는 우리가 신비함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세계에 있지만, 호드와 얼라이언스에게 점령당할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점이 보인다”고요. 멧젠은 동양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운드트랙을 통해 이곳도 여전히 아제로스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시켜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에서 너무 동떨어진 이질감을 주지는 않아야 했죠.

그래서 우린 늘 써오던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향 구성을 유지했지만, 거기에 조금 독특한 중국 악기를 몇 개 더했습니다. 하나는 중국의 기본 악기였던 얼후라는 건데요. 2개의 현이 있고 목소리를 미묘하게 떠는 것 같은 소리를 내죠. 또 고쟁이라는 악기도 넣었는데, 하프와 유사하지만 길게 늘어지는 반음을 내고요. 둘 다 현을 퉁기며 소리를 냅니다. 세 번째 악기는 적자라는 겁니다. 넓은 풀잎에 입술을 대고 불면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것 아시죠? 적자에는 울림막이 있는 구멍이 뚫려 있어 플루트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윙윙거리는 고음이 나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를 더했죠. 바로 비파입니다. 거의 중국판 밴조라고 할 수 있죠. 중국식 북과 더불어 이 네 가지의 악기로 우리가 필요했던 동양적 느낌을 약간 가미할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자주 사용하던 장비의 사용 방식까지도 바꿨죠. 이따금 음표 사이마다 변화를 더 줬고요. 어떤 점에서는 그게 헐리우드에서 우리에게 알려주던 동양 음악 방식이기도 했습니다만, 그 중 몇 부분은 독특했습니다. 중국 악기들은 모두 대가들이 연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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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 중국 악기를 팀에서 처음으로 직접 연주한 게 아니고요?

A: 예. 다행히도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악기 전문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초청했던 얼후 연주자를 제외하고는 다 가까운 곳에 계시더군요. 얼후 연주자는 여성 분이었는데, 중국에서는 대단한 스타셨습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강습도 하는 데다가, 바이올린도 연주하더군요. 그래서 헐리우드 스타일로 연주하면서도 얼후만의 특징을 담아낼 수 있었죠. 우리는 보통 “좋습니다. 이번에는 원래 주법대로 자연스럽게 연주해 주세요.” 또는 “자, 이번에는 바이올린처럼 연주해주세요.”라고 부탁했죠. 그 후 우리는 연주 내용을 편집할 때 원래 주법대로 연주한 부분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습니다. 원래 주법대로 연주한 부분의 떨림음이 너무 과하거나 화려하다 보니 그 부분에만 너무 집중하게 될 것 같아서 말이죠. 음악의 역할은 게임을 뒷받침하고 몰입하게 하는 것이니까요. “이봐, 이 음악 좀 들어보라고!” 이러는 게 아니고요. 음악에만 너무 많은 주의를 끌게 되면 그건 사실상 실패한 겁니다.

Q: 그 느낌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게임 내에서 음악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플레이어를 안내해주거나, 지시하거나, 신호를 주거나 하는 것 같이 말입니다. 게임 음악이 해야 하는 것이나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까? 게임 음악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A: 게임에 따라 다릅니다만, 블리자드 게임, 특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서는 게임 음악이 몰입감을 더해주죠. 디아블로에서는 게임 동영상이 나오기 전 오싹한 느낌을 더하기를 원하는 부분에서 더욱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 설정에도 말이죠. 디아블로를 위한 배경 음악도 있고, 물론 레아를 위한 배경 음악도 있습니다.

WoW에선 더욱 많은 영향을 끼쳤죠. 얼라이언스와 호드를 위한 아주 명확한 음악적 장치와 음색이 있으며, 주요 인물 몇 명을 위한 음악도 따로 있거든요. 워크래프트 3에서부터 쓰이던 아서스 음악은 1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아서스의 특징이 “Invincible”이라는 노래에 잘 담겨 있습니다. 사실 그건 합창곡입니다. 노랫말은 새로 만들었지만, 그 합창곡은 10년도 더 된 거죠.

게임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스타크래프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아주 전략적이면서도 게임 플레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면이 있어서 음악이 방해하면 안 되겠더군요. 지도에 나오는 음악은 정말 더 침착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게임 동영상이 나올 때죠. 스타크래프트 1부터 등장한 각 종족은 아주 명확하게 구분되는 음악적 특징이 있으며, 그 특징은 지도로 이어졌고, 게임 동영상에도 반영됐습니다. 실제로 캐릭터들의 주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건 자유의 날개에서였죠. 레이너 배경 음악은 우주 카우보이 트럭 운전사가 듣는 음악 같은 걸 좋아하는 테란 종족과 비슷하긴 했지만, 결국 자유의 날개에서는 자신만의 배경 음악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유의 날개에서는 저그의 배경 음악 작업도 했지만, 군단의 심장에 와서야 그걸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프로토스를 위한 공허의 유산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자유의 날개에서 제라툴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계속 작업해서 완성할 예정이죠.

그래서 음악의 역할은, 특히 WoW에서는 영화 음악의 역할에 가깝습니다. 음악이 아니라면 수많은 단어로 묘사해야 할 것들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거죠. 책을 읽을 때는 독자가 등장인물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그건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죠. 게임 캐릭터가 말을 그렇게 많이 하면, 우리는 그걸 전부 번역해야만 하잖아요. 그렇게 말이 많으면 게임 플레이도 끊길 겁니다. 우리는 게임 플레이가 끊기는 일이 최대한 없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음악은 번역할 필요가 없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도 가끔 그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원래의 느낌을 부풀릴 때도 있죠.

Q: 그렇죠. 풍경을 볼 때 배경 음악이 들리면 그 웅장함이 더해지거든요.

A: 그래도 모든 법칙은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기존의 유형에서 벗어나기도 하던데요. 스타크래프트에서 어떤 캐릭터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곤 오페라를 듣죠. 고전적인 범죄 영화에서 사용되는 병치법이더군요. 비슷한 걸로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음악 중 몇 개는 “마카로니 웨스턴” 같은 걸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정말 멋진 장르 뒤집기였습니다. 특히 기대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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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판다리아의 안개 사운드트랙에 “Traveler’s Path”라는 곡이 있습니다. 꼭 새롭게 만들어 낸 가상의 언어를 담고 있는 것처럼 들리던데요. 실제로 그런가요?

A: 네. 크리에이티브 개발팀에 가봤더니 어떤 NPC의 응답 음성을 이미 녹음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리드 퀘스트 디자이너인 데이브 코삭이 쓴 이야기에 있는 문장 몇 개를 영어 노랫말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리우 랑과 거대한 바다거북이인 셴진 수의 이야기였으며, 왜 리우 랑이 판다리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는 데이브가 “이야기 시간”이라고 불리는 비디오서 말하던 내용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비디오에서 데이브는 리우 랑의 이야기를 해줬죠. 그리고 저는 플레이어가 게임 동영상에서 열기구를 타고 섬 주변을 둘러보며 셴진 수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기 전까지는 확실히 자신이 거북이 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리우 랑의 이야기를 해주는 노래를 써보는 게 어떨까? 하고요.

저는 어릴 때 성가대 활동을 했는데, 그 당시 ‘벚꽃’이라는 일본 노래를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배우기도 쉽고, 또 외우기도 쉬웠죠. 그래서 저는 판다렌에게 그 노래와 같은 걸 찾아줬으면 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가락으로 마치 오래전부터 불러오던 노래처럼 들리고, 수 세기에 걸쳐 노랫말이 바뀔 그런 노래 말입니다. 이 경우엔 전승지기 초가 리우 랑 부분을 부르게 되었죠. 그래서 일단 크리에이티브 개발팀에게 이 노래를 판다렌어로 바꿔달라고 한 뒤에, 중국어나 다른 언어 지역에 있는 분들이 무심코 들었을 때 불쾌한 내용이 생기지 않도록 현지화 팀의 검토 과정을 거쳤습니다.

데이브는 그 노래를 따라 전체 퀘스트 라인을 만들곤 무척 좋아했습니다. 노래는 특정한 시간에 부르죠. 플레이어가 전승지기 초가 기다리는 작은 해변으로 가서 그 앞에 앉으면, 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종이배들을 모두 바닷물에 놓죠. 정말 멋진 광경이 펼쳐집니다. 물론 우리는 게임 플레이에 중점을 두긴 하지만, 늘 다니던 길을 조금만 관심 있게 둘러보면 이런 특별한 순간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디즈니에서 일했을 때는 이런 걸 ‘발견의 장소’라고 불렀습니다. 디즈니랜드에서 특정한 골목길에 가면 분수를 찾을 수 있는데, 백설공주가 소원을 빌던 분수죠. 그곳에서는 백설공주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사소한데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게 디즈니랜드가 추구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도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죠.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웅장함과 더불어 소소한 느낌도 함께 주고 싶어합니다.

Q: 팀원들과 영감을 어떻게 교환하나요? 그림에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셨는데, 개발 과정 중 주로 어떤 시점에서 콘셉트 아트를 보시나요?

A: 최대한 이른 시기죠. 아트웍 제작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해놔야 할 일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 후에 음악을 만들기엔 너무 늦죠. 아트웍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땐 우리가 작업한 걸 들어봐야 합니다. 일단 다음 확장팩이나 패치, 또는 기능에 대한 소식을 어렴풋이 듣게 되면 우리는 음성을 선택합니다. “다음 확장팩은 저그와 관련된 거야. 그러니 질척거리는 소리가 많이 필요해. 그런 표현을 더 많이 써야겠어.” 이런 식으로요.

Q: 그리곤 섭외를 시작하는 거군요?

A: 판다리아의 안개 확장팩에서 섭외 작업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가장 훌륭한 성우와 정확한 발음을 얻으려고 Screen Actor’s Guild와 함께 작업했죠. 음악 작업 면에서는 다수에 악기에 관한 대가 몇 분을 고용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작곡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악기가 전통적인 중국 음악을 연주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런 악기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악기들처럼 정확한 음계를 연주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우스꽝스러운 일을 했습니다. 얼후의 경우 연주할 소절에 있는 두 음을 제외하고 전부 연주한 뒤, 다른 곡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리곤 연주자가 얼후를 재조율해서 빼놓았던 그 두 음을 연주했고, 우리가 나중에 끼워 넣었죠. 중국 밴조인 비파는 대부분 우리 악기의 음역 내에서 작곡할 수 있었지만, 그 악기가 실제로 낼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낮은 음을 쓰고 싶었던 부분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음모를 꾸미는 목소리] 그래서 그런 곳에는 밴조를 대신 쓰기도 했어요. 한번 듣고 그런 부분을 찾아 보시죠.

또 어떤 악기를 썼냐면... 음악용 톱이 중국 전통 악기인지 아닌지 누가 정확히 알고 있었겠어요?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저는 아주 특별한 소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데이브 코삭이 이야기를 할 때, 진위가 지팡이를 강물에 담가 강과 대화하며 ‘Go Ask the River’라는 사운드트랙과 이어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곡에서 흐늘거리는 고음이 무엇인지 궁금하셨다면 그건 바로 톱입니다. Sears Craftsman이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톱이죠. 톱 연주자는 다리 사이로 톱을 내려놓고 그 위에 있는 손잡이를 잡습니다. 그리고 톱니는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톱날을 구부립니다. 그다음 바이올린용 활로 톱을 켜죠. 음색은 톱날을 구부리고 흐느적거리면서 조절합니다. 테레민이라는 전자 악기 소리를 들어보셨겠지만, 이 톱 소리는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파장음이 없어서 그 소리보다 더 매력적이면서도 사람의 목소리와 유사합니다. 듣는 사람들이 ‘아니 이건 테레민 소리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그 옛날 금단의 행성 영화에 관한 농담을 할까 봐 조금 걱정이 됐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더군요. 따라서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신비로워 보이거나 아니면 미래의 지식이 담긴, 또는 진위나 샤오하오의 과거의 환영이 담긴 물줄기 주변에 머물 때마다 그 톱 음악 소리가 들릴 겁니다. 톱은 두 개가 있는데요. 14인치와 20인치짜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톱 연주자는 이 두 개를 “알토”와 “테너”라고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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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판다리아의 안개 사운드트랙 제작 과정에서 노래 몇 가지를 혼합해 다음 곡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방식을 썼습니다. 게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아니면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곡으로 작곡하신 건가요?

A: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작업한 곡들의 총 재생 시간은 7시간 30분입니다. 덕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음악이 45시간으로 늘어났죠. 12시간이 넘는 배경 음악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재생 목록에서 이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시간은 각각 수많은 연주 지시 음절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제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위한 1,000번 째 음악을 작곡했죠.

브라운 박스(오리지널 또는 ‘고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첫 번째 사운드트랙은 정말 놀랍고 상징적인 음악들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계속해서 그걸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졌죠. 각 도시의 주제 음악과 결정적 순간, 지역 배경 음악 등입니다. 또 이것들은 거의 알파벳 순서로 되어 있죠. 이것들은 역사 문서가 되어 가는 것 같은 의미의 ‘기록’이었습니다만, 앨범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습니다. 불타는 성전을 시작으로, 우리가 작업한 앨범이 게임 밖에서도 계속 인기를 얻기를 바라는 느낌이 들었죠.

오리지널 브라운 박스에는 전체 게임에 사용되는 음악이 거의 2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앨범을 만들려면 거기에 거의 사운드트랙 전체를 넣어야 했죠. 지금은 확장팩마다 대략 6-8시간, 패치마다 1시간 분량 정도의 사운드 트랙을 작업합니다. 울두아르 패치에선 거의 2시간 분량이었죠. 7시간에 달하는 음악들, 그리고 그 중 몇 개는 꽤 잔잔하지만... 전부가 게임 밖에서 들을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음절 몇 개를 사용해서 심상을 묘사할 수 있고, 그 음절이 있는 곡에 우리가 묘사한 심상과 관련된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순서를 집어넣습니다. 주어진 음절은 몇 분 정도의 길이로, 게임에서 대략 1개에서 5개, 또는 6개의 연주 지시 음절로 구성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또 플레이어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다른 연주 지시 음절에서 또 다른 연주 지시 음절로 이어지는 방법을 만들려고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또한 저는 음반의 전체적인 부분도 생각했습니다. 너무 느린 곡이나 시끄러운 곡들이 나란히 선곡되지 않도록 말이죠. 확실한 건, 만약 모든 곡이 장대하고 웅장하다면, 그 장대함과 웅장함의 의미는 잃게 되는 거니까요. 음악은 대비입니다. 큰 소리는 고요함 뒤에 나오면 더 크게 느껴지죠. 저는 정말 종이에 그래프를 그리면서 “선곡을 이렇게 하면 멋지게 급하강했다가 다시 크게 상승하고, 그 다음 끝나기 바로 전에 느려졌다가 11번에서 끝나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건 우리 앨범이 게임에서 분리될 수 있도록, 그래서 사람들이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자동차 안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음악을 감상하고 싶으면 들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불타는 성전 앨범에 넣을 음악을 선정할 때 주변음을 조금 넣으려는 아이디어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작업한 게임 배경 음악 자체는 정말 안 들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거든요. 정말 아름다운데다가 사실상 다른 주제의 음악보다 게임에서 더 많이 듣죠. 게임에서 배경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배경 음악은 게임 내 배경을 바탕으로 구체화되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불타는 성전에서는 데릭 듀크가 드레나이를 위한 배경 음악을 멋지게 작업했습니다. 희미하게 빛을 내며 드레나이의 고향에 힘을 주는 그 수정을 목가적인 음악으로 잘 묘사했죠. 거의 영적인 음악에 가까웠습니다. 사운드트랙에서 음악이 바뀔 때 제가 드레나이 종족의 시작 지역에 나오는 주변음을 약간 넣었고, 그 후에는 엑소다르의 지역의 주변음도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그게 전통이 되어버렸죠. 다른 게임의 사운드트랙에서도 같은 작업을 했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게임은 WoW였습니다.

배경 음악은 모두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끊길 때가 있긴 한데, 그건 바로 그래야 느낌이 더 좋을 때뿐이었죠. 불타는 성전 사운드트랙에서는 ‘Lament of the Highborne’이 나오기 전에만 끊김이 있습니다. 그전의 곡인 ‘Taverns’가 끝나고 갑자기 2초의 공백이 있죠. 그 후 ‘Lament of the Highborne’이 나옵니다. 사운드트랙의 끝 부분은 행복한 느낌을 주진 않지만, 어떤 지점에 도달한 느낌이나 아련함을 줍니다.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일일 퀘스트 수행 중 운룡을 타고 날 때 나오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제레미 소울이 연주했습니다. 퀘스트 내용은 폭격 비행과 비슷하죠. 그리고 연속 퀘스트의 끝에 다다르면 운룡을 탈것으로 얻습니다. 이 곡을 지난 6월에 노키아에서 연주했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곡은 앨범에서 가장 훌륭한 곡이 되었죠. 의도한 대로 말입니다.

Q: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러셀! 사운드트랙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다음 작품에도 멋진 음악들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